10월 단풍 전 미리가 본 대둔산 — 케이블카 5분, 구름다리 50m, 삼선계단10월 단풍 전 미리가 본 대둔산 — 케이블카 5분, 구름다리 50m, 삼선계단

발밑이 비어 있다. 철망 바닥 아래로 골짜기가 그대로 내려다보인다. 길이는 50m. 건너는 데 1분이 채 안 걸리는데, 그 1분이 길다.
8월 27일, 서울문화협동조합과 웃자대한민국, 컨디션국력협동조합 대표 등 30명이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대둔산을 찾았다. 세 단체가 함께 꾸린 비즈니스 투어였다. 아침 8시 사당역에서 버스로 출발해 오후 3시 40분 케이블카에 올랐다. 그날 대둔산에는 구름이 가득했다.
■ 대둔산은 어떤 산인가
대둔산은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과 충청남도 논산시, 금산군에 걸친 38.1㎢ 규모의 도립공원이다. 정상은 해발 878m 마천대이고, 그 아래로 기암괴석이 병풍처럼 펼쳐진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이유다.

높이만 보면 대단치 않다. 그런데 이 산이 사람을 붙잡는 이유는 따로 있다. 가장 쉬운 길과 가장 아찔한 길이 나란히 있다는 점이다.
케이블카로 5분이면 능선에 닿고, 거기서 구름다리를 건너고, 원하면 삼선계단을 타고 정상까지 오른다. 어디까지 갈지는 각자가 고른다.
■ 대둔산 케이블카는 얼마나 걸리나
편도 약 5분이다. 선로 길이는 927m, 경사는 23도다. 케이블카 두 대가 서로 오가는 왕복식으로, 한 번에 최대 50명이 탄다.

이 케이블카는 1988년 5월 착공해 2년 6개월 공사 끝에 1990년 11월 운행을 시작했다. 올해로 36년째다. 운영사인 (주)양지대둔산삭도는 그동안 안전사고가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걸어서 한 시간 넘게 붙어야 할 고도를 앉은 채로 넘는다. 처음에는 창밖으로 나무 꼭대기가 스치고, 조금 오르면 매표소와 마을이 작아지고, 어느 지점을 넘어서면 앞유리를 회색 암릉이 가득 채운다.

이 5분이 대둔산의 성격을 바꾼다. 무릎이 걱정돼 산을 접은 사람, 부모님을 모시고 어디를 갈지 고민하던 사람에게 878m가 갈 수 있는 곳이 된다.
■ 대둔산 케이블카는 예약할 수 있나
온라인 예매나 사전 예약은 운영하지 않는다. 탑승 당일 순차적으로만 발권한다. 클린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단풍철 주말에는 줄을 서는 수밖에 없다. 다만 가을 성수기에는 표에 탑승 시간이 지정되므로, 표를 끊은 뒤에는 그 시간에 맞춰 승강장으로 돌아와야 한다. 시간을 넘기면 환불이나 변경 시 20%가 감액된다.
먼 길을 나서기 전에 전화 한 통을 권한다. 기상이나 기계 사정으로 운행이 멈출 수 있어, 당일 정상 운행 여부는 확인하고 출발하는 편이 안전하다.
어르신과 함께 간다면 알아둘 것이 있다. 경로 우대는 왕복 15,000원으로 1,500원 할인을 받는다. 매표소에서 증빙을 보여주면 된다. 대인 요금이 중학생부터 적용된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면 매표소에서 당황하지 않는다.
단체는 30명이 기준선이다. 이날 방문단은 정확히 30명이었다. 모임이나 동호회로 계획 중이라면 인원을 미리 세어볼 만하다.
■ 대둔산 구름다리는 어떤 다리인가
운영사에 따르면 길이 50m, 너비 1.5m, 높이 81m다. 기둥 없이 케이블로만 매단 무주탑 현수교로, 내진 1등급으로 설계됐다.

정식 이름은 완주대둔산구름다리다. 대둔산의 임금바위와 입석대를 잇는다.
숫자는 담담한데 막상 서면 다르다. 사람 둘이 겨우 비껴갈 폭이고, 바닥이 철망이라 아래가 다 보인다. 가운데로 갈수록 흔들림이 커지도록 설계돼 있다.

이 다리에는 기록이 하나 더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출렁다리다. 1975년에 처음 놓였고, 당시로서는 가장 긴 현수교였다. 지금의 다리는 2021년 8월 1일 새로 세운 것이다. 반세기 넘게, 이 자리에는 늘 다리가 있었다.
■ 케이블카에서 정상까지 얼마나 걸리나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마천대 정상까지는 넉넉히 한 시간 남짓 잡으면 된다.

운영사가 안내하는 구간별 소요 시간은 이렇다. 케이블카 전망대에서 약수정 휴게소까지 10분, 약수정에서 금강구름다리까지 20분, 삼선구름다리까지는 25분이다. 삼거리를 지나 정상 마천대까지 다시 45분이 걸린다.
체력에 자신이 없다면 전망대에서 약수정 휴게소까지 10분만 걸어도 충분하다. 구름다리를 건너는 것까지가 대둔산의 핵심이고, 정상은 선택이다.
■ 케이블카에서 보이는 바위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거나 능선을 걷다 보면 이름 붙은 바위들을 만난다.

동심바위는 어린이 마음으로 돌아가게 한다는 뜻의 이름이다. 신라 문무왕 때 국사 원효대사가 이 바위를 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아 사흘간 바위 아래 머무르며 기도를 드렸다는 전설이 전한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최소한 신라 때부터 2000년을 버텨온 것으로 추정된다.
장군바위는 임진왜란과 얽혀 있다. 1592년 나주목사였던 권율 장군이 전라도로 침범해오던 왜군을 배고개에서 막아 대승을 거두었는데, 바위 모습이 갑옷을 걸친 장군을 닮았다 하여 장군봉이라 불렀다. 임금이 계신 북쪽을 향해 절하는 모습 같다는 데서 장군바위라는 이름이 나왔다.
■ 대둔산은 언제 가는 게 좋은가 — 네 번 다른 산
대둔산은 계절마다 다른 산이 된다. 바위산이기 때문이다.

나무만 있는 산은 사철 초록에서 갈색으로 바뀔 뿐이지만, 대둔산은 회색 암릉이 배경으로 늘 버티고 있다. 그 앞에 무엇이 오느냐에 따라 산 전체의 인상이 통째로 바뀐다.
【 봄 — 회색 바위에 박히는 분홍 】
봄에는 진달래와 철쭉이 암릉 사이에 점점이 박힌다. 군락으로 뒤덮이는 산과는 다르다. 바위틈마다 한 무더기씩 피어서, 멀리서 보면 회색 벽에 분홍 점을 찍어놓은 것처럼 보인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볼 때 이 점묘가 가장 잘 보인다.
【 여름 — 구름이 산을 삼킨다 】
여름 대둔산의 주인공은 초록이 아니라 구름이다.
방문단이 찾은 8월 27일이 그런 날이었다. 비 갠 뒤 골짜기에서 올라온 구름이 능선을 감쌌다. 봉우리들이 구름 위로 섬처럼 떠올랐다가 다시 잠겼다. 구름다리 이름이 왜 구름다리인지 그날은 설명이 필요 없었다.
운해는 여름과 초가을 아침에만 나온다. 확률을 높이려면 비 갠 다음 날 이른 시간을 노려야 한다.
다만 대가가 있다. 안개가 짙으면 먼 조망은 포기해야 한다. 그날도 마천대 쪽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 겨울 — 색이 빠진 산 】
겨울에는 바위에 상고대가 붙는다. 잎이 다 진 자리에 얼음꽃이 앉으면 산에서 색이 거의 사라진다. 흑백 사진 같은 풍경이 되는데, 이 계절에만 볼 수 있는 얼굴이다.
겨울에 갈 계획이라면 알아둘 것이 있다. 결빙이나 적설 때는 구름다리 통행이 금지된다. 현장 안내판에 명시된 규정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도 다리를 못 건널 수 있으니, 날씨를 확인하고 나서는 편이 좋다.

【 그리고 대둔산이 가을이 절정인 이유! 】
세 계절 모두 저마다의 얼굴이 있다. 그런데 대둔산이 가장 대둔산다워지는 계절은 따로 있다.
대둔산 단풍이 유독 진해 보이는 이유는 회색 바위 때문이다. 나무만 있는 산에서는 붉은 잎이 배경에 묻히는데, 대둔산은 단풍이 암릉에 바짝 붙어 있어 색이 도드라진다. 같은 단풍이라도 여기서는 더 붉게 보인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고, 해마다 기온에 따라 일주일 안팎으로 당겨지거나 밀린다. 능선이 먼저 물들어 아래로 내려오므로, 산 아래 단풍 소식이 들릴 때쯤이면 위쪽은 이미 절정을 지났을 수 있다.
※ 운행 현황과 상세 교통편, 주변 관광 안내는 운영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대둔산 투어, 이것만은 알고 가자


■ 어디까지 갈지는 각자가 정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 전망대까지만 보고 돌아와도 된다. 구름다리까지만 건너도되고, 삼선계단을 지나 마천대까지 올라도 된다.
대둔산은 어디까지 갈지 묻지 않는다. 1975년 이 자리에 첫 구름다리가 놓이고 1990년 케이블카가 오른 뒤로, 이 산은 오는 사람의 걸음에 맞춰 자기를 내주었다.
다만 10월 중순이 되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어디에 서 있든 붉게 물든 산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케이블카에서 한 번, 구름다리 위에서 한 번, 계단을 오르며 뒤돌아 한 번. 같은 단풍이 세 번 다르게 보인다.
그때 이 산은, 굳이 더 가보라고 등을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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