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의 시선] 120세 시대,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습니까?[김기영의 시선] 120세 시대, 당신의 곁에는 누가 있습니까?
‘1.5가구’ 시대, 고독의 벽을 허무는 연결의 힘글 : 김기영 (전)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복지행정학과 교수저녁 무렵 아파트 단지를 걸어가다 보면 불이 켜진 창들이 보인다.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살지만 그 안의 삶은 서로 닿지 않는다.
거실에는 텔레비전 소리가 흐르고, 각자의 방에서는 각자의 화면이 빛난다.
함께 살지만 따로 사는 풍경.
요즘 말로 하면 ‘1.5가구’의 모습이다.
우리는 가족과 함께 있지만, 예전만큼 깊이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하루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줄어들고, 서로의 마음을 묻는 질문도 점점 짧아진다.
물리적 거리는 가깝지만 정서적 거리는 조금씩 멀어지는 듯하다.
여기에 120세 시대가 겹쳐진다.
인생은 길어졌다.
은퇴 후의 시간도, 자녀를 떠나보낸 이후의 시간도, 배우자를 먼저 보내고 홀로 남은 시간도 길어졌다.
예전에는 ‘여생’이라 불리던 시간이 이제는 또 하나의 긴 인생이 되었다.
그러나 삶의 길이가 늘어난 만큼, 관계의 깊이도 함께 늘어났을까?얼마전, 짧은 기간이었지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병문안을 오라고 선뜻 말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휴대전화를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몇 번 반복했다.
바쁜 사람을 부르는 것이 미안했고, 혹시 거절당하면 더 외로워질 것 같았다.
그날 나는 깨달았다.
건강보다 더 무서운 것은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감각’이라는 것을.
퇴직을 하면 전화벨이 뜸해진다.
매일 얼굴을 마주하던 동료들과의 거리는 자연스레 멀어진다.
자녀가 독립하면 부모라는 역할도 예전만큼 분주하지 않다.
배우자를 잃은 집은 갑자기 넓어 보인다.
장수 사회는 이렇게 여러 번의 이별과 단절을 지나가게 만든다.
그리고 그 이후의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
만약 70세 이후 30년, 4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그 시간은 누구와 함께 흘러갈까?.
세계보건기구는 사회적 고립이 건강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오랜 연구들도 같은 결론을 전한다.
결국 사람을 지탱하는 힘은 돈이나 지위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라는 사실을.
그래서인지 요즘 들어 이런 생각이 든다.
오래 사는 것이 과연 축복이기만 할까?곁에 손을 내밀 사람이 없다면, 마음을 기댈 자리가 없다면 긴 시간은 오히려 무겁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관계를 잘한다는 것은 특별한 능력을 뜻하지 않는다.
가끔 먼저 안부를 묻는 일,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솔직함,상대의 이야기를 끊지 않고 들어주는 태도,나와 다른 세대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
그런 작은 노력들이 관계를 이어 붙인다.
이렇게 만들어진 연결은 위기의 순간에 우리를 붙잡아 주는 끈이 된다.
1.5가구 시대에 관계는 저절로 유지되지 않는다.
우리는 조금 더 의식적으로 만나고,조금 더 의도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지역 모임에 나가고, 평생교육에 참여하고,세대가 다른 사람들과 한 자리에 앉는 일은 단순한 여가 활동이 아니라 마음을 열어 두는 연습일지도 모른다.
120세 시대의 질문은 결국 하나로 모인다.
얼마나 오래 사는가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그 시간을 나누는가? 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늙어가는 사회.
그곳에서 비로소 오래 사는 일은 축복이 될 것이다.
김기영 교수(전)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 복지행정학과교수(현)글로벌사이버대학 사회복지학부 특임교수저서다시찾은 성의르네상스,황혼의 남과여 사랑하고 또 사랑하라(신간)소녀경의지혜로 100세인생을 뜨겁게 사는법#120세시대 #고독사방지 #1.5가구 #사회적고립 #장수사회리스크#관계의기술 #노년기우울증 #황혼의사랑 #고독의미학 #김기영교수#중앙대복지행정 #이음매거진 #복지칼럼 #실버케어 #소녀경의지혜로100세인생을뜨겁게사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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