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최진석 "사명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하는 것"[만남] 최진석 "사명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하는 것"

최진석 서강대학교 철학과 명예교수와 웃음치료사 오행자 교수가 9월 7일 봉숭아학당문화혁신학교에서 90분간 만남이 이어졌다.
이날 자리는 최 교수가 각계 인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연속 만남의 하나로 마련됐다. 오 교수는 4년 전 최 교수의 저서에 사인을 받은 인연이 있다고 밝혔다. 자리에 앞서 성창운 봉숭아학당문화혁신학교 총장이 인사했다.

최진석 교수는 웃음치료사 오행자교수의 지난 이야기를 들으러 왔다고 말했다. 고졸로 영업에 종사하던 오 교수는 43세에 스피치를 배우다 강사가 되기로 마음먹었고,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2009년 사이버대학 상담심리학과에 진학했다. 강사 활동은 18년째다.
입학 첫해 딸이 뇌혈관 질환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한 학기 만에 휴학했고 딸은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공부를 놓지 않았다.
"보통은 그 나이에 엄마라는 이름으로 공부를 포기했겠죠. 그런데 저는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내가 바로 서야 우리 딸을 지킬 수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최 교수는 자신에게도 비슷한 갈등이 있었다고 했다. 부친이 별세한 날 오후, 150여 명이 기다리는 강의가 잡혀 있어 장례 준비를 마친 뒤 강단에 섰다는 것이다.
"강의를 자연스럽게 잘하더라고요.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도 평정을 유지한다는 것이 양심이 없는 것 아니냐 싶었습니다. 그 갈등이 가시지 않더라고요. 평생 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감정이입'과 '감동'을 구분했다. 상황과 자신을 일체화하면 문제 해결이 어려워지므로, 일정한 거리를 둔 상태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취지다.
"사명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정하는 것"
이야기의 방향이 바뀐 것은 '사명'을 두고서였다.
최진석 그 힘은 어디서 옵니까. 비슷한 상황에 있는 분들이 모두 그렇게 밝게 살아내지는 않거든요.
오행자 내가 이 세상에 왜 왔는지를 아는 것, 저는 그걸 사명이라고 표현합니다. 그것을 알고 나면 삶이 달라지더라고요. 저는 대한민국 여성들이 행복해지는 데 영향을 주고 싶습니다. 여자라는 이름으로, 엄마라는 이름으로, 아내라는 이름으로 살아내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최진석 그런데 사명을 발견한다고 하셨죠. 제 생각에 사명은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하는 것 같습니다.
오행자 정한다는 말씀이시군요.
최진석 우리는 삶의 의미를 찾는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삶의 의미를 찾으면 그 의미는 하나의 숙제가 됩니다. 자기가 정하면 그것은 자기 자신이 되거든요. 어디 가서 찾은 것이면 자기 자신이 되기 어렵고, 그러면 숙제처럼 해내게 됩니다. '나 이렇게 살기로 했어' — 이게 답이 되는 겁니다.
오행자 저는 늘 '내 안에서 찾는다'고 표현해 왔는데, 이렇게 바꿔 말할 수 있겠네요. 나는 오늘부터 이렇게 살기로 결정했다, 이것이 나의 사명이다, 내가 정했다.
최 교수는 이 논리를 자신에게도 적용했다. 오 교수가 "그것을 해야 제가 살 것 같았다"-고 소명으로 여겨지는 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내가 그것을 안 하는 건, 학생들한테 말만 하고 나는 그 말을 안 지키는 것이 되잖아요. 내가 했던 말들, 그건 책임져 봐야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행자 쉽지 않은 길이실 텐데요.
최진석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도, 해봤냐 안 해봤냐 하는 것이 저는 더 크게 보입니다.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는 것이 강한 개인의 출발"
오행자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최진석 막연하게 나를 찾아 떠나서는 잘 찾아지지 않습니다. 질문이 있어야 해요.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다 가고 싶은가,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이런 구체적인 질문이 있어야 나를 더 잘 찾을 수 있습니다.
최진석 헤르만 헤세가 "모든 인간은 자기 자신 이상이다"라고 했습니다. 자기 자신 이상이려면 궁금증과 호기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중 제일 강력한 것이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는 일입니다.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는 사람은 더 잘 건너갑니다. 강한 개인의 출발도 여기예요.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지 않는 개인은 강할 수 없습니다.
웃음에 대하여
오행자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웃음은 무엇입니까.
최진석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지금 대화하면서 보니 — 내가 얼마나 화창한지, 얼마나 만족스러운지를 스스로에게 표현하는 행위가 아닌가 싶습니다. 내 삶이 얼마나 활짝 펼쳐지는지를 자기 자신에게 확인시켜 주는 행동, 그것이 웃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오행자 사람이 태어나 배우지 않아도 하는 것이 다섯 가지 있습니다. 먹고, 자고, 배설하고, 울고, 웃는 것입니다. 앞의 셋은 몸의 생존을 위한 것이고, 울고 웃는 것은 정서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고 봅니다.
최진석 그런데 웃음을 가르치신다는 건 웃음도 배워야 한다는 전제 아닙니까.
오행자 원래 인간은 배우지 않고도 웃게 돼 있는데, 환경과 양육에 의해 웃음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억지로라도 웃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진석 똑같은 구조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궁금해하도록 태어났어요. 그런데 양육과 교육에 의해 자기로부터 멀어졌고, 자기를 궁금해하는 일을 잃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에 빠진 거죠. 웃음도 그런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도달한 곳
이날 이야기의 결론은 마지막 대목에서 나왔다.
최 교수는 웃음과 자기 인식이 같은 구조라고 정리했다. 사람은 웃을 줄 알고 자기를 궁금해할 줄 아는 채로 태어나지만, 자라는 과정에서 둘 다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배워야 한다.
오 교수가 웃음을 가르치는 이유와, 최 교수가 "나는 누구인가"를 쓰게 하는 이유가 같은 자리에서 만났다. 한 사람은 삶으로 겪어 알았고, 한 사람은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이것을 해야 살 것 같았다"는 같은 말로 자기 선택을 설명했다.
최진석 교수는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어려움을 이겨낸 이야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그 범위를 훨씬 벗어났습니다. 오늘 나눈 대화는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90분 동안 두 사람은 서로 다른 자리에서 같은 결론에 닿았다. 웃음을 가르치는 일과 "나는 누구인가"를 묻게 하는 일이, 결국 사람이 잃어버린 것을 되찾게 하는 같은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 모두 그 일을 자기가 정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이음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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